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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IMDB, http://www.imdb.com)


Crossroads 랄프마치오의 십자로 (1986)


Director: Walter Hill

Writer: John Fusco

Stars: Ralph Macchio, Joe Seneca, Jami Gertz and more.


수트를 차려입고 왼손에 어쿠스틱 기타를 든 채, 먼지가 이는 황량한 교차로로 향하는 한 기타리스트의 모습을 Tiltting Up하는 카메라 워크. 교차로의 사방을 비춘다. 그의 얼굴 피부색과 눈동자와 살짝 벌린 입에서 엿보이는 흑백의 조화가 불안하고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인물의 심리를 화면 가득 스며들게 한다. 이어 칼라화면으로 전환되어, 브라스 재질의 슬라이드 바를 왼손 새끼 손가락에 끼우며, 어쿠스틱 기타 녹음 준비를 하는 델타 블루스의 전설적 명인,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당연히 영화 시작의 첫 곡은 Crossroad Blues. 




녹음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일반 가정집이거나 혹은 숙박업소의 방에서 이루어지는 녹음 장면이 꽤 흥미롭다. 흔히 LP(SP음반; Standard Play 음반과 비교해 지름이 더 커서 더 긴 시간의 음악을 담을 수 있다. 가끔 SP를 Short Play로 오해하는 음악 매니아들을 보곤한다.^^)라고 불리는 비닐 음반을 현장에서 녹음과 동시에 바로 깎아 내어 붓으로 찌꺼기를 털어내며 녹음을 하는 장면이다. 어느 정도의 고증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비록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대중음악의 원천으로서의 블루스의 고색창연함을 드러내는 탁월한 영화적 장치라 할 만하다.


로버트 존슨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그렇게 훌륭한 음악을 할 수 있었다는 당대의 풍문 - 물론 그야말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의해 만들어져 바람따라 떠도는 소문이었겠지만 -이 있었다. 그 풍문이 이 영화 서사 구성의 직접적 영감으로 작용한다. 아래의 유튜브 영상을 참조하자.



네이버 영화 소개 란에서는 '십자로'라는 한글 제목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VHS로 '랄프마치오의 십자로'라는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제목으로 출시되었다. 팩트 확인으로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네이버 영화소개란에는 주인공인 유진 마톤 역의 랄프 마치오(Ralph Macchio)가 버클리 음대생이라고 떡 하니 쓰고 있다. 클래식 기타로 모차르트 곡을 연주하면서 블루스 톤을 사용했다고 채점하는 담당교수에게서 모차르트를 존중하는 태도를 모른다는 비아냥을 듣는 장면이 컨템포러리 음악 교육을 주로 하는 버클리 음대에서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 블루스맨이라 여기는 주인공 유진 마톤이 블루스 하모니카 연주자인 윌리 브라운과 함께 음악 한 곡을 찾아가는 여행의 과정을 내러티브로 구성한다. 유진은 로버트 존슨이 텍사스 세션에서 총 30곡을 녹음하려고 했지만, 녹음되어 남은 것은 29곡 뿐이라는 것을 책에서 읽었다. 마지막 서른 번째 곡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윌리라고 믿고 있다.



[까랑까랑 텔레캐스터와 미니앰프. 블루스 할배가 델타 블루스는 슬라이드 바라며, 금속관을 들고 온다.]


슬라이드 기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라이 쿠더(Ry Cooder)가 이 영화의 음악 담당. 그가 참여한 영화 음악의 리스트를 검색하면 스크롤 압박을 겪게 될 것은 당연하다. 얼핏 떠오르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파리 텍사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등이 라이 쿠더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이고, 곱씹어 보면 기억의 뇌리에 음악이 깊숙하게 박혀 있긴하다.  


후반부 스티브 바이(Steve Vai)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연주력을 얻은 기타리스트로 직접 출연하여, 주인공 유진과 기타 연주 배틀을 벌이는 장면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기타 배틀에서 패배한 스티브 바이가 기타를 던져버리고 무대를 내려간다. ㅋㅋㅋ]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 부족함이 노출되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장면과 시퀀스 행간에 숨어 있는 블루스 음악의 맥락을 찾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통속적 명제가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는 텍스트로서 쓸만한 영화일 수 있다. 블루스를 좋아하는 누구라도 몇 번이고 되씹어 보게 될 영화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얻게 된 공연정보 한 가지. 스티브 바이가 한 가닥하는 기타잽이들로 구성한 제너레이션 액스(Generation Axe)의 내한공연 소식이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2017년 4월 9일(일)이다. 무대를 장식할 라인업은 스티브 바이 Steve Vai, 잭 와일드Zakk Wylde, 잉베이 맘스틴 Yngwie Malmsteen, 누노 베텐코트 Nuno Bettencourt, 토신 아바시 Tosin Abasi. 대단하다.



음악, 영화를 만나다 혹은 영화, 음악을 만나다 카테고리의 첫 글로 영화 'Crossroads'를 앞세운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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